신혼여행 일지를 시작하며
연애를 시작하기 전, 당시 나에게 ‘교회오빠 1’이었던 현재의 남편이 말했다.
동유럽에서 반년 간 일 한 적이 있는데 여러 나라 중에 특히 오스트리아가 좋았다고, 부모님만 괜찮으면 가족 다 같이 이민 가고 싶은 나라라고 했다. 연애를 막 시작하고 나서는 구글 지도의 거리뷰를 보여주며 구체적으로 어디서 일했는지 어디 음식이 맛있었는지, 동유럽에 가본 적 없는 나에게 랜선 여행을 시켜줬다.
시간은 빠르게 흘러 나는 그‘교회오빠 1’과 결혼식을 올리게 되었고 정신 차려보니 내일 모래 동유럽 신혼여행을 앞두고 있었다.
결혼식 당일은 숨 가쁘게 지나갔다.
몇 개월 동안 결혼식을 준비했는데 당일엔 눈 한번 감았다 뜨니 결혼식이 다 끝나있고 나는 남자친구였던 ‘남편’과 신혼집에서 정신없이 굽네 고추바사삭을 먹고 있었다.
자고 일어나자마자 신혼여행짐을 싸들고 친정에 인사드리러 갔다. 조용히 차 한잔 하면서 대화 나누기 좋은 찻집에서 결혼식 얘기를 했다.
결혼식 한 달 전부터는 나름 관리한다고 단 음식들을 끊었는데 이번엔 당당하게 앙금 디저트를 주문했다.
엄마 아빠는 어제 결혼식에서 얼마나 즐거웠는지 그리고 행복했는지 이야기했다. 사람들이 선남선녀라는 말을 많이 하더라, 신랑 목소리가 너무 좋다더라, 식당에 이렇게 많은 사람이 온 건 처음이라더라 등 주변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축복을 했는지 들뜬 목소리로 말하는 부모님 모습을 보니 뿌듯했다. 그리고 남편에게 감사하는 마음이 제일 컸다. 내 결혼의 99%는 남편이 준비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에… 나머지 1%는 결혼이라는 제도를 받아들이고 이 생활을 잘 해내겠다는 나의 다짐이다…ㅎㅎㅎㅎ
짧은 대화를 나누고 우리는 아쉬운 만남을 뒤로한 채 헤어졌다.
아빠는 마지막까지 동유럽이 위험하지는 않은지 내가 무섭지는 않은지 장난스레 물어봤다. 동유럽으로 보름동안 신혼여행 간다고 했을 때부터 아빤 잊을만하면 한 번씩 ‘동유럽이 위험하지는 않아?’ 라고 물어보곤 했다. 마지막에는 괜찮다고 짜증스레 대답했는데 이젠 그 질문을 받지 못할 거라고 생각하니 꽤 아쉬웠다.
고양이를 좋아하는 우리는 찻집에서 키우는 고양이들이 노는 모습을 한참 바라보다 잘 가란 인사를 했다. 남편 차에 타서 시댁 부모님을 뵈러 출발했다. 아직까지 내가 결혼을 했고 내 옆에 있는 사람이 남자친구가 아니라 남편이라는 사실이 와닿지 않았다.
시부모님께서 김해공항에 데려다주셨다.
시부모님께서도 어제 결혼식이 즐거우셨는지 밝은 모습이었다. 양가 부모님께서 모두 만족했다니 정말 다행이었다. 일생일대의 숙제 하나를 잘 끝내서 홀가분했다.
수화물을 부치자마자 국내선 청사 2층에서 밥을 먹었다.
뭐가 먹고 싶은지 모를 때는 무조건 돈까스와 오므라이스다. 튀긴 돼지고기와 소스에 버무린 밥과 계란... 절대 아쉬울 수 없는 메뉴다.
드디어 출발. 김포까지 가는 여정에는 대한항공을 이용했다. 대한항공은 어째 처음 타보는 것 같다.
신혼부부 티를 은근히 내보기 위해 손을 잡고 입장했다.
자리에 앉자마자 남편은 음악을 들었다. 애플뮤직에 다운받아져있는 노래 아무거나 튼 모양인데 내가 좋아하는 존 레전드(John Legend)의 Nervous가 나왔다. 여행의 출발이 너무 좋다.
남편은 비행기에서 음악 들으며 가려고 아이폰용 이어폰 젠더를 샀다. 내 것도 쿠팡에서 주문했는데 이상하게 자꾸 자동으로 반품 됐다. 비행기 안에선 바빴고, 여행지에선 음악들을 시간도 없고, 가이드 투어 때 사용하는 송수신기에는 젠더가 필요 없었으므로 구매하지 않아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따사로운 햇살 맞으면서 김포공항으로 출발.
기내에서 주는 음료 한 잔을 마시고 책 좀 읽어볼까 했는데 벌써 도착했다.
으레 비행기 타는 남녀 커플이 그러하듯 내가 창가 쪽에 앉았는데 알고 보니 내 남편이 구름 모양 보는 걸 아주 좋아하는 모양이었다. 비행기가 이륙하고 착륙할 때뿐만이 아니라 계속 창가 쪽을 바라보면서 '이 구름은 고양이 얼굴 같아', '이 구름은 완전 멋있게 생겼다' 하며 구름을 감상했다. 다음 비행기부터는 남편이 편하게 구름을 감상할 수 있게 내가 복도에 앉기로 생각했다.
수하물 기다리는 중. 보름간의 긴 여행을 떠나기 때문에 짐이 좀 많이 무거웠다. 여행 내내 남편이 많은 고생을 했다.
카카오택시 어플로 택시를 호출했는데 감사하게도 친절한 기사님이 오셨다.
남편과 기사님은 인천까지 가는 30~40분 동안 쉴 새 없이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나중에는 조금 친해져서 내일 아침에 인천공항으로 가는 것도 운전해 주시겠다고 했다. 덕분에 큰 택시를 따로 예약할 필요 없이 시간 장소만 약속하고 헤어졌다. 내 남편 마냥 장난꾸러기인줄 알았는데 참 붙임성있다.
코트야드 메리어트 서울 보타닉파크
서울특별시 강서구 마곡중앙12로 10
신혼여행을 산뜻하게 시작할 첫 숙소는 서울 강서구에 있는 코트야드 메리어트 서울 보타닉가든점이다.
남편이 결혼을 결심하고 신혼여행을 동유럽으로 정한 그때부터 신한 메리어트 본보이 더 베스트 카드를 발급받아서 쓰기 시작했는데 나는 (아직도) 잘 모르겠지만 전 세계에 있는 메리어트 계열의 호텔을 유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카드라고 한다. 몇 개월 전부터 계획된 소비의 혜택을 누리는 첫 시작이 바로 이 호텔인 것인가...! 나는 내가 카드 사용 제일 똑똑이인 줄 알았는데 여행 내내 남편이 존경스러웠다. 우리 가정 가계는 남편이 맡는 걸로...
호텔이 크고 깔끔하다. 무엇보다 좋은 향기가 났다.
리셉션이 있는 1층은 사진에서 보이는 것과 같이 너무 넓지도 않고 좁지도 않고, 깨끗하고 산뜻했다.
방에 들어오자마자 실내화로 갈아 신었는데 발볼이 넓은 남편은 실내화를 신다 말았다.
방은 전체적으로 우드톤에 맞춰져 있었는데 입구에서부터 한옥의 느낌이 나는 것 같다.
우리 방에는 욕조가 없었지만 샤워실이 아주 넓었다.
세면대 옆 나무상자에 헤어드라이기도 있고 칫솔과 비누 등 기본 세안도구들이 있었다. 비누 향기가 좋았다.
룸은 전체적으로 고즈넉하고 아늑한 분위기다. 모던하지만 한국 전통의 멋이 은은하게 느껴진다.
커튼을 젖히면 마곡나루 서울 식물원 공원이 푸르게 펼쳐지고 그 사잇길로 바쁘게 걸어 다니는 사람들을 구경할 수 있다.
남편이 출출하다고 하여 근처 닭강정 가게에서 닭강정과 음료를 포장해 오고, 김해 공항에서 사려다가 만 비싼 약들도 근처 약국에서 비교적 저렴하게 구매했다.
결혼식 때 예뻐 보이려고 혹독한 다이어트를 해서 그런지 닭강정에 대한 기대가 많았는데 내가 고른 망고 하바네로 맛이 내가 생각했던 것과 달라서 맛있게 먹지 못했다. 미국에서 먹었던 버팔로 와일드 윙스(Buffalo Wild Wings)의 망고 하바네로(Mango Habanero) 소스 맛을 기대했었는데.
닭강정을 먹으며 남편의 신랑 입장곡이었던 '이웃집 토토로'를 조금 봤다. 옛날 만화영화인데도 촌스럽지가 않아서 놀랐다.
야식을 다 먹고 남편은 잠시 업무를 보다 내일 우리가 입을 옷을 다렸다.
연애할 때도 매번 내 옷을 다려줬는데 이번 여행에서도 다음날 입을 옷을 늘 미리 다녀놓았다. 여행할 때 참 많이 다퉜는데 그때도 묵묵히 내 옷을 다려줬던 남편 모습이 갑자기 떠오른다. 나는 정말 행복한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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