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고흥 소문난 매생이 호떡에 대한 글을 올렸는데 반응이 좋아서 이번에는 녹동항에 있는 존맛탱 카페를 소개하고 싶었다. 녹동항에는 젊은이들이 카페라고 할 만한 곳이 두 군데가 있다. mkr coffee와 산티아고. 어딜 갈까 고민하다가 집으로 들어가는 길목에 있는 산티아고를 먼저 가보기로 했다. 카페에 들어가기 전에 동생님과 바닷가 근처를 걸었다. 고흥에 왔는데 금산(거금도)선착장 안 걸어주면 섭섭하다.
원래는 이렇게 깔끔한 뷰가 아니었는데 몇 년 전에 공사해서 도로를 깨끗하게 만들어 놓았다. 이 옆이 차가 많이 다니는 곳이라 도로가 불편해지진 않을까 걱정했는데 차도도 깔끔해지고 인도도 넓어서 예전보다 더 편리해졌다. 왼쪽 상단에 큰 전광판이 보이는데 이 전광판 덕분에 녹동항 분위기가 훨씬 젊어졌다.
전광판에서 나오는 빛 덕분에 주변이 환하다. 예전에는 동생님과 단둘이 산책하기가 조금 무서웠지만 근처에 공원이 조성되고 상가 개편도 하면서 관광지 같은 느낌이 물씬 풍기기 시작했다.
근처에 고양이 가족들이 뛰놀았다. 나는 고양이를 많이 좋아하는데 유투버 haha ha님의 영상을 보며 물고기와 고양이의 조합을 특히 좋아하게 되었다. 난 나름 도시(?)에서 자란 사람이라 고양이가 물고기 먹는 건 옛말이고 이제는 사료만 먹는다고 생각했는데 이 녀석들도 야생동물이었다는 걸 다시금 깨닫게 되었다. 바다 고양이들과 노는 바람에 시간이 좀 지체되었다. 카페 문 닫기 전에 서둘러 발걸음을 옮겼다.
산티아고 카페(Coffee Santiago)
다 왔다. 여기다. 차가 제일 많이 다니는 중심지에 있다. 2층이다. 저번 연휴에 왔을 때 사람이 많아 좌석이 없어서 들어가지도 못했는데 이번에는 여유 테이블이 몇 군데 있어서 마음에 드는 자리에 앉을 수 있었다. 실내 자리는 많이 찍지 못했다. 아담하고 아늑한 분위기의 카페인데 우리 말고도 다른 팀이 좀 있어서 사진 찍기를 자제했다. 나랑 동생은 유기농말차어쩌고저쩌고(메뉴 이름이 생각나지 않는다ㅠ)를 시켰다. 각자 따뜻한 거와 시원한 거로.
잘생긴 청년이 근무하고 있었는데 상당히 친절하고 상냥해서 기분이 좋았다. 이 포스트를 쓴 이유는 다름이 아니라 카페의 분위기와 서비스 그리고 맛까지 굉장히 만족스러워서 많은 분이 찾아가서 따뜻한 음료 한 잔씩 해보길 바라는 마음으로 쓴다. 잘생기고 착한 사장님 늘 건강하세요♥
네이버에 검색해보면 이 메뉴가 나오지 않는데 큰 메뉴판(?)에는 쓰여있지 않았고 A4용지 크기의 종이 메뉴판에 적혀있었던 메뉴였다. 유기농이었고 말차였고 초코였는데, 많이 달지 않고 고소하면서 말차의 약간 까끌까끌한 맛이 조화를 잘 이루는 완전 대존맛탱 메뉴였다.
서비스로 예쁜 접시에 오레오를 담아 주셨다. 이 카페에 아보카도 커피라고 신기한 메뉴도 있었는데 다음에는 저녁이 아니라 오전에 가서 커피를 한잔 해봐야겠다.
동생님과 나는 3살 차이가 난다.
어릴 때는 3살 차이가 어마어마하게 크게 느껴져서 동생과 단둘이 어디 가는 것이 무섭고 무거웠다. 사촌 언니 오빠들과 놀다가도 나보다 어린 나이의 동생을 챙겨줘야 한다는 책임감에 늘 떼어놓고 놀기 바빴고 내가 어디 갈 때 따라온다고 하면 화가 났다. 내가 돌봐줘야 하니까. 장녀들은 책임감이 강하다고들 하던데 나는 아니었던 것 같다. 나를 처음 만나는 사람들이 외동 아니냐고 물어볼 정도로 나는 일반적인 '장녀'들이 갖추어야 하는 조건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었다.
나는 늘 나 혼자만으로도 벅찬 사람이었다. 사랑받는 걸 좋아했지만 사랑 주는 것엔 취미가 없었다. 동생도 예외가 아니었다. 나는 내가 책임을 져야 하는 상황이 생기면 회피하기 일쑤였고 집안에서 내가 책임져야 하는 존재는 나의 동생이어서 그 무게감이 싫었던 난 집안에선 누구에게든 상냥하지 못했다. 그런 동생이 어느 순간부터 동생보단 내가 힘들 때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 우리가 20대 후반으로 접어들면서였던 것 같다.
지금 우리는 만나기만 하면 아침부터 저녁까지 수다가 끊이질 않을 정도로 많은 이야기를 한다. 대가족이 모이는 이 날도 그랬다. 아침부터 얘기하고 저녁에도 할 얘기가 많아 이번엔 어르신들을 따돌리고(?) 우리끼리 카페를 가기로 한 곳이 바로 산티아고였다. 이 때 하필이면 짝꿍에게서 전화가 오는 바람에 그 주제로만 이야기하긴 했지만 어떤 사건에 대한 서로의 생각을 나눌 수 있어서 좋았다. 시간이 빨리 흐르는 게 늘 못마땅했지만 가끔 동생님과 대화를 나눌 때면 세월이 가는 게 나쁘지만은 않은 것 같다.
완전 베프다 이젠. 자격도 없는 못난 언니 두고 정말 잘 컸다 싶다. 다음에 만나면 카야토스트 사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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