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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내 인생 첫 촌캉스(feat.남편)

by 앤데이지 2024. 10.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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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겨울, 야외활동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나를 위해 남편이 촌캉스를 준비했다.

 

시부모님이 농사를 짓는 곳에 농막이 있는데, 그곳에서 1박을 하는 게 어떻게냐는 거였다.

 

난 개인적으로 지붕이 없는 곳에선 자기 싫은데 농막은 지붕이 있으니 괜찮을 것 같아 퀘스트 수락.

 

만반의 준비를 (남편이) 하고 출발했다.

 

 

감사하게도 하늘이 맑았다.

 

 

시골로 들어가기 전 마지막 편의점에 들러 음료와 물을 샀다.

 

편의점에 앞에 딱 버티고 있는 고양이 두 마리.

 

토실토실하니 사랑과 케어를 받는 길냥이들인가 보다.

 

여행의 시작이 좋다.

 

 

귀여운 녀석들....

 

'내가 이렇게 귀여운데도 내 간식을 사지 않을꼬야?' 하는 눈빛으로 나를 쳐다봤다.

 

 

여태까지 시부모님 농사짓는 얘기나 들었지 실제로 와본 건 처음이었다.

 

진입하는 길이 롤러코스터 급으로 스릴 넘쳤음.

 

 

도착하자마자 장 봐온 걸 펼쳐서 정리했다.

 

난 원래 쉬엄쉬엄 하는 편인데 부지런한 남편을 만나 덩달아 부지런해졌다.

 

이 과정이 너무나 귀찮고 짜증이 났지만 지금은 정리 먼저 안 하면 안 놀아짐...ㅎㅎ

 

 

남편이 밖에서 바비큐를 위한 불을 지필 동안 나는 농막 안에서 된장찌개를 만들었다.

 

요즘 밀키트 굉장히 잘 나온다. 구색만 맞추던 옛날이랑 다르다. 맛이 일품임.

 

 

INFJ 남편.

 

이번 촌캉스의 하이라이트, 불멍을 위해 미리 화로대를 만드는 중.

 

 

농막 밖엔 큰 나무 테이블과 평상이 있었는데

 

고즈넉한 풍경을 바라보며 밥 먹을 생각에 설렜다.

 

어릴 때부터 느꼈지만 나는 '시골이 좋아' 체질임에 분명함.

 

 

남편은 이번 촌캉스를 위해 숯도 좋은 걸 샀다.

 

좋은 숯에 구워 먹는 고기 맛은 어떨까. 두근두근.

 

 

어느새 화로대도 완성.

 

큰 나무가 물을 먹어서 그런지 불이 잘 붙진 않았다.

 

 

바베큐 그릴에선 고기가 빠르게 익지 않았다.

 

 

춥고 배고팠던 우리는 빠른 길을 선택했다.

 

화로대에서 구워버리기.

 

 

갑자기 분위기 실내인데,

 

고기를 굽는 동안 해가 빠르게 져버렸다.

 

너무 추워서 밖에서 먹기가 불가능 해졌으므로, 따뜻한 실내에서 먹기로 했다.

 

 

불향이 폴폴 풍기는 고기와 햄으로 차린 조촐한 한상.

 

고기뿐만 아니라 남편까지 훈제를 한 건지 거의 3일 동안 남편한테서 불향이 계속 났다.

 

시골 냄새 아주 좋아.

 

 

내가 끓인 밀키트 된찌.

 

뜨끈한 국물에 몸이 녹았다.

 

겨울엔 역시 김찌 된찌 최고다.

 

 

든든해진 배를 잡고 더 추워지기 전에 서둘러 불멍 하러 나왔다.

 

난 멍 때 진짜 아무 생각도 안 하기 때문에 굉장히 심심했지만, 이 날은 오늘 있었던 하루를 복기하는 시간을 가져봤다.

 

여행에 대한 욕구가 별로 없는 나를 데리고 여기저기 가보려는 남편의 마음이라던가.

 

그런 남편의 존재에 대한 고마움이라던가.

 

밥을 먹었으니 디저트를 먹어야 하는데 무슨 과자를 사 왔더라...? 라던가.

 

 

불멍에 간식이 없으면 섭섭할 것 같아 준비했다.

 

아까 편의점에서 사 온 신상 알코올 두 캔과 내가 제일 좋아하는 비쵸비, 그리고 남편이 좋아하는 감자 과자.

 

조그만 램프는 남편이 촌캉스를 위해 구매한 것인데,

 

저런 것이 왜 필요할까 생각했던 지난날을 반성했다.

 

저걸 켜놓으니 분위기가 너무 좋았다.

 

★ 갬성 있는 캠핑 완성 ★

 

 

패키지가 예뻐서 사봤는데 둘 다 맛만 보고 쳐다보지도 않음.

 

카스가 최고다.

 

 

매우 추웠지만 그래도 불멍을 더 하고 싶었다.

 

남편이 핫팩도 챙겨 옴.

 

난 왜 이런 거 생각도 못하지...^_ㅠ

 

 

남편이 오로라 불멍도 챙겨 옴.

 

요즘 감성캠핑 불멍에는 필수라던데.

 

뭐 얼마나 재밌나 보자, 했는데.

 

 

오오...?

 

 

감성지수 +100 이 되었다.

 

앞으로 불멍 할 때 오로라 불멍 없으면 섭섭해질 것 같다, 이거다.

 

 

저녁 8시쯤 되니 졸려서 불멍을 마무리하기로 했다.

 

숯이 빨갛게 달궈진 게 신비롭고 예뻤다.

 

오로라 불멍보다 이게 더 빠져들었음.

 

 

기념사진을 남기고 싶었는데...

 

남편이랑 나랑 덩치가 왜 비슷하지...?^^

 

키는 20cm나 차이 나는데 비슷한 등빨이 말이 되냔 말이다.

 

이 날 다이어트를 결심했고 나는 이후로 지금까지 +3kg가 되었다.

 

ㅎㅎ......

 

 

그래도 예쁜 사진 하나 남김.

 

 

들어와서 씻고 야식으로 맥주와 콘치즈를 먹었다.

 

그리고 9시도 안 돼서 잠들었음.

 

왜 시골만 가면 일찍 잠드는지 모르겠다.

 

컴퓨터를 들고 가도, 폰으로 할 일이 많아도, 늘 평소보다 3시간 정도 일찍 잠든다.

 

도시로 여행 가면 일찍 안 자는데. 신기한 일이다.

 

 

일어나자마자 어제 먹다 남은 음식으로 아침 해결.

 

시골에선 왜 이렇게 다 맛있는 거냐며.

 

 

밥 먹고 나와서 밤새 산에 별일 없었는지 한 번 쭉 둘러봐주고.

 

 

어제의 즐거웠던 캠프파이어 흔적도 봐주고.

 

 

아름다운 시골 전원 풍경을 보며 육개장도 먹어주고ㅎㅎ

 

그리고 천천히 농막을 나섰다.

 

 

내가 여행을 좋아하지 않는 이유는 준비하는 것과 짐을 푸는 일이 귀찮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랑하는 사람과 행복한 추억을 하나 더 만들어가는 과정은 그냥 공짜로 오지 않는다는 것.

 

나도 더 부지런해야 하고, 태도를 바꿀 필요가 있다고 느낀다.

 

 

집에 와서 짐 풀고 치킨 시켜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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