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2021년이지만 2020년에 내가 찍어두었던 사진들을 보며 오랜만에 갬성에 빠져보고자 간신히 컴퓨터를 켰다. 휴대폰 용량이 꽉 차 정리를 해야 하는데 옛날(?) 사진들을 보고 있자니 소중한 추억이 새록새록 떠올라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대망의 2020년 1월 1일에 있었던 일이다. 새해를 늦잠으로 맞이한 우리(엄마와 나와 동생)는 새해를 우아하게 시작해보고자 브런치 맛집을 찾아 헤맸다. 우린 참 카페를 좋아한다. 이제는 코로나 때문에 카페에 단체로 가지 못해 무척 아쉽다.
위치도 좋고 앞에 차 두대 정도 댈 수 있는데 주차는 불가능해서 근처 공영주차장에 주차하고 어슬렁어슬렁 걸어 들어갔다. 1월이었는데 날씨가 춥지 않고 적당이 시원했다.
들어와서 까무러치게 놀랐다. 엘레강스하고 엔틱한 느낌이 너무 예뻐서.
샹들리에. 무심한 듯 시크하게 위에 올려진 하얀 천이 포인트다.
이 사진을 찍을 때 내가 좋아하는 음악이 흘러나왔다. Sam Smith의 Stay with me. 내가 미국에 있었을 때 처음 나와서 대 히트를 친 노래인데 아직까지 즐겨 듣는다. 이 노래를 듣노라면 그때의 어리숙했던 나와 나에게 친절했던 사람들, 그리고 아름다웠던 동네의 풍경이 그려진다.
엄마는 레몬이 들어간 과일 차를 마셨다. 엄마는 차를 좋아한다. 새콤달콤한 과일 차 종류.
나는.... 무슨 크림이 들어간 커피를 마셨다. 커피는 잘 못 마시지만 크림이 잔뜩 들어간 달달한 커피는 좋다.
참고로 이 집이 이제 브런치를 안 한다. 정말 맛있어서 또 먹으려고 한 두 달쯤인가 갔었는데 브런치 메뉴는 이제 안 한다고 하더라. 아쉬웠다. 내가 토마토를 안 좋아해서 방울토마토 두 조각으로 세 사람이 싸울 일은 없었다. 토마토라면 내가 무조건 양보할 수 있다.
이게 진짜 맛있었는데... 토마토 수프 같은 건데 토마토 파스타 소스랑 맛이 비슷했었던 것 같다. 근데 그거보다 훨씬 맛있었다.
전체적으로 매우 만족했다. 굉장히 맛있었다. 한 접시 더 먹고 싶었는데 우아하게 한 그릇으로 끝내야할 것 같아서 참았다.
요거는 인스타 용으로 자르고 보정한 사진이다.
벽에 우아한 포스터가 붙어있길래 찍어봤다. 나는 21세기에 태어난 사람이지만 17~18세기 느낌이 너무 좋고 그립다(응?).
브런치 다 먹고 엄마가 벽화가 이쁘다며 사진을 찍어달라고 했다. 우리 엄마는 이렇게 작은 것에서 아름다움을 찾고 행복을 느낀다. 내가 엄마의 그런 점을 닮은 것 같다. 기분이 안 좋다가도 하삼동 커피 민트 초코 라테 한잔이면 행복해지곤 한다.
겨울의 찬 공기와 구름 한 점 없는 하늘, 그리고 늦은 오후의 햇살이 아름다웠다. 우리 가족은 모이기만 하면 별 얘기하는 거도 아닌데 수다가 끊이지 않는다. 나는 우리의 이런 사소하고 소소한 나눔을 사랑한다. 나이 차이를 뛰어넘어 친한 친구들 같다.
일 년 전 일이라 무슨 이야기를 나눴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지만 즐거웠었다는 것 하나는 기억난다.
이건 송구영신 예배를 다녀오는 가족들을 기다리며 동생과 둘이서 완성한 닥터후 레고다. 미국에서 4년 전쯤에 샀었는데 거의 3년 만에 조립을 완성한 것이다. 닥터후를 좋아하는 동생을 위해 미국에서 택배로 보냈었는데 폰박스만 만들고 나머지는 안 만들고 있었더라. 덕분에 오랜만에 즐겁게 조립했다. 이걸 다 만들고 나서는 아이디어스에서 주문한 밀크티를 마셨었다. 매년 연말에 무언가를 만들고 맛있는 음식을 먹는 건 우리 가족 전통이다. 올 연말에는 또 어떤 장난감을 살지, 어떤 음식을 먹을지 벌써부터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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