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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2020년의 설날

by 앤데이지 2021. 2.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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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 집으로 출발했다. 할머니가 계신 곳은 내 고향이 아니지만 왠지 고향에 가는 기분이 든다. 항상.

 

 

할머니 집에 가면 항상 동생과 저녁에 편의점을 탈탈 턴다. 이번엔 산책을 하면서 가볍게 몰티져스를 먹어보았다. 이때 한참 생크림에 몰티져스 부어먹고 그런 거 유행했는데 난 이거 한 봉지 먹은 게 다다. 맛있더라.

 

 

집에 들어와서 가족들과 저녁식사를 했다. 할머니와 이모, 이모부와 그리고 우리 가족 모두 큰 식탁에 둘러앉아 밥을 먹는 게 너무 그립다. 아아, 2020년 1월만 해도 코로나가 무엇인지 우린 알지 못했다. 이런 사소한 일상이, 가족끼리 모이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것인지 이제 깨달았으니 코로나는 이제 눈치가 있으면 꺼져줄 때가 되지 않았나 싶다. 코로나 사라져라 빨리.

 

 

잡채. 최고의 밥도둑이다. 아니, 밥 없이 잡채만으로도 한 끼 뚝딱 할 수 있다.

 

 

할머니 집에 가면 먹을 수 있는 이모표 생선. 나의 설 명절 음식은 다름이 아니라 이모가 구워주는 여러 가지 생선이다. 평소에는 잘 안 먹는데 할머니 집에만 가면 생선이 맛있어진다.

 

 

크, 이것은 쥐포 튀김. 얘네는 좀 바삭하게 튀겨야 존마탱이된다.

 

 

이것은 당일 공수해온 따끈따끈한 쿠키. 짝꿍이 나만 먹으라고 했는데 이 맛있는 것을 나만 먹을 수 없어서 가지고 왔다.

 

 

모두들 좋아했다. 그치... 버터 가득한 쿠키를 싫어할 순 없지.

 

 

이건 동생과 고심 끝에 사 온 맥주 한 캔.

 

 

나는 흑맥주 취향 아닌 걸로ㅠ.

 

과자와 맥주를 마시며 하하호호 떠들다가 잠들었다. 무슨 얘기를 나눴는지는 기억이 안 난다. 계속 웃었던 기억만 난다.

 

 

이것은 떡국. 옛날엔 떡국 두 그릇 먹고 사촌들한테 '나 두 살 먹었으니 누나라고 불러라, 에헴' 하면서 놀았는데. 지금 생각하니 유치하기 짝이 없다. 나는 왜 일찍 철들지 못해서 너무나 많은 흑역사를 생성하게 되었을까. 흑.

 

 

인스타를 노린 샷인데 망한 것 같다.

 

낮에는 할머니를 모시고 순천 드라마 세트장에 나들이 다녀왔다. 옛날 교복도 입고 춤도 추고 노래도 부르고 사진도 많이 찍었다. 할머니와 부모님이 좋아하는 모습을 보니 뿌듯했다. 이 맛에 운전하는구나.

 

 

옛날 느낌 나는 드라마 세트장에서 옛날 과자들도 판다. 꾀돌이 안 먹을 수 없다.

 

 

다 놀고 들어오는 길에 매생이 호떡 먹으러 왔다. 이 동네 오면 안먹을 수 없다.

 

 

매번 안 먹을 수 없어서 먹다 보니 70kg가 되었구나. 하지만 매생이 호떡과 유자 호떡은 꼭 먹어보아야 할 별미다.

 

 

온 가족과 함께하는 즐거운 하루가 저물어간다.

 

 

아니 아직 파티는 끝나지 않았다. 화룡점정 마무리로 치킨을 먹었다. 할머니 집에 가면 매번 새로운 치킨을 시켜서 이모와 이모부께 새로운 치킨의 세계를 보여주는 게 내 작은 보람이다. 새롭고 맛있는 건 다 함께해야 더 즐겁다.

 

 

이건 우리 할머니 손글씨. 한글을 배우셨다.

 

 

무엇이든 만들기를 좋아하는 동생과 함께 한 비누 만들기. 이건 내 동생이 만든 리비아의 게롤트다. 할머니 댁에 오기 전 가족들 모두 티비 앞에 모여서 위쳐를 릴레이로 보느라 새벽 1시 넘어서 잔 것 같다. 할머니 집에 오는 길에는 위쳐 세계관에 대한 심도 있는 공부와 토론을 했다. 집에 돌아와서도 유튜브로 위쳐 세계관 풀이를 본 것 같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위쳐(The Witcher)' 강력추천이다. 정말 흥미롭고 짜릿한 판타지 드라마다. 무튼 내 동생은 주인공 게롤트를 만들었다. 생각보다 잘 만들었다.

 

 

얼마나 잘 만들었냐면,

 

 

스노우로 얼굴 인식이 될 정도다.

 

즐거웠던 설 명절을 할머니 댁에서 보내고 도시로 돌아온 날. 나를 보고 싶다는 짝꿍의 호출에 쉬지도 않고 바로 보러 갔다.

 

 

짝꿍과 카페타임. 우리는 음료만 먹지 않는다.

 

 

맛있는 케이크와 쿠키 그리고 음료를 먹으며 설에 있었던 일 이런저런 얘기들을 나눴다. 이때는 짝꿍이에게 차가 없었던 시절인데 어쩜 이렇게 부지런히 먼길을 왔다갔다 했는지 모르겠다. 짝꿍이에게 항상 고맙고 지금도 항상 집 앞까지 데려다줘서 고맙고.... 그제 비싼 초밥 사줘서 고맙고...ㅎㅎ 무튼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로 꽉 채운 2020년의 설날을 아직도 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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