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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동유럽 신혼여행 2일차①] 인천공항에서 헝가리 부다페스트 리스트페렌츠 공항까지

by 앤데이지 2023. 11.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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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7시. 아침 해가 밝았다.
 
결혼식 때도 이 시간에 일어난 것 같지 않은데 오늘부터는 해외여행이라는 생각에 눈이 번쩍 떠졌다.
 

코트야드 메리어트 서울 보타닉파크에서

 
이른 아침(?)인데도 공원에서 운동하는 사람이나 출근하는 사람들을 많이 볼 수 있었다.
 
잠시 공원뷰를 구경하며 아침식사로 간단하게 바나나맛우유를 마셨다.
 

 
오늘은 14시간 비행기를 타야 하기 때문에 내 몸에 제일 편한 레깅스와 운동화 그리고 남편이 어제 다려놓은 오버핏 셔츠를 입었다.
 
7시 50분쯤 로비로 내려가니 어제 만났던 기사님이 정말로 와계셨다. 서울깍쟁이는 다 옛날말이다 친절한 서울 사랑해요.
 

 
인천공항에 여유롭게 도착해 짐을 부치고 순식간에 보안검색도 끝냈다.
 
인천공항은 몇년 전 미국에서 한국으로 들어올 때 이후로 처음이었다. 나의 기억 속 복잡하고 사람 많고 아주 넓었던 그때 그 모습 그대로였다.
 

 
탑승 시간까지 쉬면서 식사도 하기 위해 워커힐 마티나 라운지를 찾았다.
 

 
하지만 줄이 너무 길어서 남편이 바로 옆에 있는 마티나 골드에 가자고 했다. 짐도 너무 무거웠고 보안 검색 할 때 남편은 짐을 한 번 풀어헤쳤기 때문에 상당히 피곤했을 것이다. 우리 남편이 피곤하다는데 추가요금 따위 무섭지 않아....!(응 전부 남편 money...)
 

마티나 골드 인천공항2터미널
제 2터미널대로 446 KR 인천광역시 공항로 272 지역 250번 게이트 인천공항T2 4층

마티나 골드 인천공항2터미널 · 제 2터미널대로 446 KR 인천광역시 공항로 272 지역 250번 게이트 인

★★★★☆ · 라운지

www.google.com

 
워커힐 마티나 골드에는 대기줄이 아예 없었다.
 

 
성인은 1인당 50달러지만 남편 카드 혜택으로 우린 인당 만원씩 내고 입장했다. 똑똑이 남편 최고야.
 
공항 라운지는 처음으로 이용하는 거라 많이 설렜다.
 

 
라운지 내 중앙에 거대한 행성 같아 보이는 조명이 존재감을 뽐내고 있었다.
 

 
일반 테이블이 있고 위의 사진처럼 목받이가 있는 의자에 한쪽 면 칸막이까지 있는 테이블이 있는데 이 자리가 굉장히 편하다.

우린 원래 일반 테이블에 앉았다가 옮겼는데, 비행기 시간마다 라운지가 바쁜 시간이 있고 안 바쁜 시간이 있는 것 같다. 안바쁜 시간에 와야 좋은 자리 찜하기 쉬울 것 같다.
 

 
짐을 내려놓고 바로 밥을 먹으러 갔다.

라운지는 비행기 타기 전에 잠시 대기하는 곳이라고 알고 있어서 음식이 간단하게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다양한 음식들이 넓게 진열되어 있어서 놀랐다.
 

 
설레는 마음으로 음식을 접시에 담기.
 

 
음료도 커피머신부터 얼음메이커와 주스, 컵라면과 뜨거운 물이 나오는 정수기까지 다양했다.
 

 
무엇보다도 커피머신이 두대나 있어서 줄 서야 하지 않아도 될 것 같은 마음에 든든했다.
 

 
찬 음료도 냉장고 안에 다양하게 준비되어 있었다.
 

 
죽은 빵도 살려준다는 발뮤다 토스트기도 있다.

심폐소생술이 필요해 보이는 빵들이 토스트기 바로 옆에 진열되어 있다.
 

 
와인도 있다.
 
단 한 번도 라운지에 와본 적 없었기 때문에 뷔페식 조금에 5만원은 너무 비싸지 않나?라고 생각해 왔지만 이날부터 생각이 바뀐 것 같다. 공항을 이용하는 여행에는 라운지 필수다...!
 

 
소고기무국이 있길래 잽싸게 한 그릇 담아왔다.

앞으로 보름동안은 한국 스타일 국을 먹을 수 없을 것이란 생각에 아쉬웠던 것 같다.
 

 
완뚝. 정말 맛있었다.
 

 
후식으로 발뮤다 토스트기로 살린 빵 세 개와 카푸치노 그리고 음료를 가져왔다.
 

 
화장실도 깔끔하고 쾌적해서 사용하기 좋았다.
 

 
인쇄할 수 있는 컴퓨터도 마련되어 있어서 바우처 인쇄한 거 집에 깜빡하고 놔두고 왔을 때에 급하게 이용하기 좋은 것 같다. 물론 우리도 깜빡해서 야무지게 잘 사용했다. ㅎㅎ.
 

 
탑승 시간이 가까워져 게이트로 이동했다. 정말 끊임없이 걷는다. 인천공항 정말 넓구나...
 

 
남편이 프로포즈 할 때 게옥스 운동화를 선물해 줬다. 동유럽에서 하얀 운동화와 예쁜 청바지를 입고 돌아다니고 싶다 했던 나의 로망을 이뤄주기 위해 편한 신발로 샀다고 했다. 다이어트 실패로 청바지는 물 건너갔지만 그래도 하얀 운동화는 신고 간다. 항상 남편은 나에게 모든 걸 다 해주고 싶어 하는데 내가 내 욕심을 못 따라가서 문제다.
 

 
비행기를 기다리며 남편과 담소를 나눴다. 이야기를 한 번 시작하면 끝이 안 난다.

그래서 좋다.
 

 
드디어 탑승 시작.

큰 비행기는 정말 오랜만에 타본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가면서 남편이 퍼스트/비즈니스 클래스는 입구가 다르다는 걸 알려줬는데 굉장히 부러웠다.

나도 해보고 싶다 누워서 가는 장거리 비행 여행...!
 

대한항공 KE961편 타고 부다페스트까지(56열 H,G좌석 최고)

 
우리가 탄 항공기 편명은 KE961이었는데 이 비행기엔 숨겨진 꿀좌석이 있다.
 

 
짜잔.
 
원래 세 명이 나란히 앉는 줄인데 이 좌석은 이렇게 한자리가 비어있다. 좌석조차 없기 때문에 다리 긴 남편이 맘 놓고 다리를 옆으로 펴고 쉴 수 있었다.

큰 비행기는 3명씩 앉기 때문에 커플들이 여행 가면 불편한 점이 종종 생기는데 이 자리는 두 좌석 밖에 없기 때문에 긴 비행을 훨씬 편하게 할 수 있다.
 

 
내 허벅지가 남편 허벅지보다 두꺼워보이는건 나의 착시일까나.
 

 
이 비행기는 신기하게도 창문 덮개가 있는 게 아니라 선팅이 버튼 하나로 막 자동으로 옅어졌다 짙어졌다 한다.
 

 
두근거리는 이륙이 끝난 뒤 한 시간도 되지 않아 식사가 나오기 시작했다.
 

 
남편은 양식.
 

 
나는 한식을 시켰다. 그 유명한 대한항공 비빔밥을 먹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오랜만에 먹어보는 기내식이라 그런지 맛있었다.

이 작은 공간에서 밥뚜껑을 열고 닫고 먹고 하는 일이 수고스럽게 느껴졌지만 이것이 또 이코노미석 비행의 재미가 아니겠나?

고추장은 조금 남아서 챙겨갈까 하다가 말았다. 대한항공 수제 맥주 칼스라거(KAL's Lager)는 가볍고 산뜻한 한국 맥주 맛이 났다.
 

 
가이드투어할 때 이어폰이 필요해서 남편이 하나 사줬다. 대충 싼 거(만 원짜리) 사면된다고 했는데 한 번 살 때 좋은 거 사야 하는 남편 덕분에 귀 호강하면서 드라마도 보고 음악도 들었다.
 
아이폰으로 음악을 들으려면 라이트닝 이어폰 젠더(↓이런거)가 있어야 하는데

애플 라이트닝 잭 이어폰 젠더 3.5m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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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꺼는 쿠팡으로 구매했다.

내 거도 따로 주문했는데 왜인지 자꾸 자동반품이 되어서 결국 하나 밖에 못 들고 왔다. 덕분에 서로 아이폰 음악 듣는 시간을 양보하는, 아름다운 광경이 펼쳐졌다.
 

 
장거리 비행이라 부직포 같은 슬리퍼도 준다. 나는 발에 딱 맞았는데 남편은 발볼이 넓어서 슬리퍼가 들어가다 만다.
 
남편이 옛날에 슬리퍼 신다가 뜯어져서 승무원에게 새것을 달라고 했는데 승무원이 남편을 진상손님처럼 쳐다봤다고 했다. 그래서 옆구리가 뜯어진 갸날픈 실내화를 보여주니 바로 새 것을 갖다 줬다는 시시콜콜한 이야기도 들려줬다.
 

 
식사를 마치자마자 실내등이 꺼졌다.

나는 설레는 마음에 잠이 오지 않아 셜록3를 정주행 했다. 사실 비행기 안에서 와이파이가 된다는 소식을 들어서 결혼식 전 날에 동생이 추천해 준 웹툰 '언니 이번 생엔 내가 왕비야'를 보려고 했는데 비행기 안에서는 와이파이가 없었다.

다시 검색해 보니 기내 와이파이는 대한항공 보잉 737-8 기종, 그것도 단거리 노선에서만 투입되고 있다고 한다. 나는 바보다. 왜 항상 검색을 절반 밖에 안 할까. 중학생 때는 정보검색 대회 나가서 은상도 받았는데...
 
무튼 그리하여 좌석 모니터로만 영화나 드라마를 볼 수밖에 없었는데 새로운 건 보기 싫고 구관이 명관이라고 셜록3를 보게 되었던 것이다. 로얄매치(폰게임)를 하면서 드라마를 보고 있었는데 남편이 간식을 주문해서 같이 과자와 맥주를 나눠 먹었다.
 
사실 남편이 부다페스트 공부 좀 하라며 미리 뽑아온 프린트물을 건네주었지만 글이 잘 읽히지 않아 대충 훑어만 봤다.

모든 여행이 끝난 지금 내가 제일 후회하는 부분이다. 미안해 남편 다음 여행엔 더 적극적으로 참여해 보겠어...♥
 

 
맥주 마시고 몇 시간 지나지 않아 또 간식이 나왔다. 치킨불고기 주먹밥과 샌드위치 그리고 오렌지주스.

비행기 안에서는 가만히 앉아서 먹기만 하는데 신기하게 계속 먹어진다.
 

 
간식을 먹은 지 얼마 지나지 않은 것 같은데 이번엔 이 비행의 마지막 식사가 나왔다.
 

 
매운 걸 좋아하는 나는 매콤닭갈비정식을 먹었고 맵찔이 남편은 소고기정식을 먹었다. 너무 맛있었다.

식사가 끝나고 바로 양치하는 사람들이 내 옆으로 줄을 서 있었다. 정신없는 식사 시간이 지나고 착륙을 시작한다며 다 좌석에 앉으라는 안내방송이 나왔다.
 

 
무사히 착륙 후 보이는 바깥 풍경에 라이언에어 비행기가 보였다.

타고난 만담꾼인 남편은 라이언에어가 어떤 이미지로 유명한지에 대해 신나게 얘기했다. 남편을 만나고 나서부터 아는 게 많아졌다. 어쩜 이렇게 아는 게 많은지 신기하다. 남편은 내가 어쩜 이렇게 모르는 게 많은지 신기해하지만...ㅎㅎ
 

 
남편은 비행기가 다 멈추고 사람들이 나갈 준비를 할 때 양치를 하자고 했다. 남편이 화장실에 다녀온 후 나도 갔는데 물이 안 나왔다. 매우 당황... 마시는 물로 입을 대충 헹궜다.

남편.. 왜 아무 말도 안 했지..? 양치 어떻게 한 거야..?
 

 
우린 맨 뒷좌석에 앉아서 거의 마지막에 내렸다.
 

 
비행기에서 완전히 나와 건물 안으로 들어왔다.
 

 
사람들과 남편이 가는 데로 정신없이 따라갔다. 비행기에서 내려서 어디로 가야 할지 무서워할 필요 없다. 정신을 의식의 흐름에 맡긴 채 사람들이 많이 가는 쪽으로 따라가다 보면 수하물 받는 곳이 나온다.
 

 
Welcome to Budapest. 내가 정말 헝가리에 온 걸까. 아직까지도 현실 같지 같다.
 

 
아참. 수화물을 가지러 가기 전에 입국심사를 통과해야 한다. 유럽연합국 국민(EU Passengers)은 왼쪽 아니면 오른쪽으로 가면 된다. 당연히 우리는 한국사람이기 때문에 Non-EU Passengers에 줄을 서면 된다.
 

 
인천공항 면세점에서 이것저것 사느라 짐이 좀 늘어났다. 사실 아주 옛날부터 사고 싶었던 향수가 있었는데 남편이 면세점에서 뭐 산다고 사고 싶은 거 없냐고 묻길래 그 향수를 조심스럽게 얘기했다. 20만 원 가까이하는 향수였는데, 향수에 20만 원을 쓰는 건 내 주제에(?) 너무 사치스럽다는 생각이 들어서 사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데 남편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쿨하게 장바구니에 넣어주길래 감동받았다.

그리고 더 필요한 거 없냐고 묻길래 입생로랑 에센스도 얘기했더니 그것도 쿨하게 사줬다. 여행 내내 향수도 신나게 뿌리고 입생로랑 에센스도 신나게 저녁마다 발랐다.

나중에 면세품 받을 때 남편은 뭐 샀나 봤더니 필름카메라와 온열안대 그리고 휴족시간이 다였다. 남편한테 오빠도 좋은 거 하나 사지...라고 얘기하니 자기는 아무것도 갖고 싶은 게 없단다.

항상 그렇다.

갖고 싶은 거도 없고 원하는 거도 딱히 없고 그저 가족들과 친구들의 행복과 안녕만 바란다고. 나는 정말 좋은 사람과 결혼한 것 같다.
 

 
우리 비행기 앞에 중국 비행기가 먼저 도착해서 사람이 많아 입국심사가 많이 늦어졌다. 한 시간가량 기다린 것 같다.
 

 
그에 반해 EU국가 입국심사하는 라인은 아주 한산하다.
 

 
입국심사 대기줄 중간에 충전하는 곳도 있다. 여기서 기다리며 남편은 본인 폰과 내 폰에 미리 신청해 둔 e유심으로 세팅을 바꿨다.

마음 같아서는 어디서 사고 어떻게 세팅을 바꾸는지 블로그에 상세히 적고 싶지만 남편이 다 준비해서 나는 아무것도 모른다(자랑이라고...ㅠㅠ).

나중에 내가 부모님 모시고 갈 때는 남편한테 물어보고 공부도 해서 포스팅해볼지도 모르지만 지금은 여행 감상을 쓰는 데에 만족할 작정이다. 여기서 우리 뒤에 있던 여성분이 e유심 설정 할 줄 몰라서 남편이 도와줬다. 외국에 있으니 우리 민족을 보기만 해도 애틋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이것이 바로 해외 매직.
 
입국 심사는 까다롭지 않게 통과했다. 개인적으로 미국이나 베트남 등 여러 나라 입국 심사할 때 웃는 심사관을 본 적이 한 번 밖에 없었는데 이곳에서 환하게 웃어주는 심사관과 인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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