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다페스트 페렌츠 리스트 국제공항(Budapest Liszt Ferenc Airport)
Budapest, 1185 Hungary
트렁크를 찾으러 가니 감사하게도 대한항공 직원이 우리 비행기 수하물을 모두 꺼내어 예쁘게 정렬해 놨다. 아마도 입국심사가 1시간 넘게 걸렸기 때문일 것이다.
나와 남편은 입국심사를 잘 마치고 수하물도 무사히 수령 후 밖으로 나오게 되었다.
입국장으로 나가자마자 왼쪽을 보면 miniBUD(미니버드)라고 쓰여진 창구가 나온다.
참고로 미니버드는 목적지가 비슷한 여행자들을 4~6인 매치하여 목적지까지 비교적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쉐어(합승)택시 회사다.
남편이 미리 예약해서 프린트해온 바우처를 제출하면 이런 영수증을 준다.
큰 글씨로 적힌 AS-1559668이 우리가 탈 택시 번호다.
미니버드 창구 옆에 대기석이 마련되어 있는데 여기 앉아서 기다리다가,
전광판에 내가 탈 택시 번호가 뜨면 직원이 안내해 준 곳으로 가면 된다.
우리는 미니버드와 가까운 게이트로 나가 오른쪽 스무보 안되게 조금 걸어가서 대기 중인 택시를 발견했다.
택시 기사님이 택시 앞에서 기다리다 우리 짐을 뒷좌석에 실어주고 곧 출발했다.
독일에서 온 세명의 젊은 여자들과 동승하게 되었는데 탈 때 남편이 반갑게 'Hi ' 인사하니 다들 꺄르르 웃으며 인사해 줬다. 그녀들은 지치지도 않는지 30분이 넘는 운행 중 1초도 안 쉬고 독일어로 즐겁게 수다를 떨었는데 나는 영어 말고는 잘 모르니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니 궁금하기도 하고 불안하기도 했다.
창문 너머 보이는 간판들도 헝가리어이기 때문에 무슨 내용인지 조금도 유추할 수 없었다. 설렘반 걱정반인 마음으로 호텔까지 도착했다.
힐튼 부다페스트(Hilton Budapest)
Budapest, Hess András tér 1-3, 1014 Hungary
현지 시간으로 밤 10시쯤 도착해서 너무 피곤했고 또 짐도 많아서 호텔 외부 사진을 못찍었다.
프론트에서 근처에 편의점이나 간단한 음식을 살 수 있는 곳이 있냐 물어보니 호텔 주변 가게들은 오후 8시 넘으면 대부분 문을 닫는다고 한다. 배가 너무 고프면 룸서비스라도 시키자는 생각으로 이번 부다페스트 여행 동안 묵을 607호로 향했다.
복도가 넓고 길었다.
우측에는 전신 거울이 있어서 외출할 때 옷매무새를 확인하기 좋다.
이 복도를 따라 방 안으로 쭉 들어오면 굉장한 광경이 펼쳐진다.
금빛으로 물 든 국회의사당이 그림처럼 눈앞에 펼쳐진다.
처음 보는 풍경에 눈이 휘둥그레져서 짐 푸는 것도 잊고 창문 앞에 달라붙어 앉았다.
한참을 사진 찍고 영상 찍다 보니 남편한테 빨리 정리 안 하냐는 잔소리 폭탄이 날아왔다. 하지만... 30분 후에는 조명이 꺼진단 말이야...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열심히 짐가방을 푸는 남편과 함께 정리를 시작했다.
나는 여행 가면 캐리어를 바닥에 풀어놓고 여행이 끝날 때까지 모든 것을 처리하기 때문에 호텔 서랍이나 벽장을 이용하는 일이 드물다. 하지만 남편은 호텔에 오면 마치 이사 온 사람처럼 옷은 옷장에, 화장품은 화장대에 다 정리를 해놓고 캐리어를 보이지 않는 곳에 보관한다. 난 이때까지만 해도 그것은 아주 귀찮은 일이라고 생각했지만 남편과 함께 보름동안 유럽여행을 하면서 생각이 바뀌었다.
이제는 하루를 머물더라도 내 짐을 깨끗하고 깔끔하게 정리하는 일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짐 정리를 다 하고 씻으러 갔다.
화장실이 굉장히 넓다. 딱 부부가 이용하기 좋게 세면대도 두 개고 욕조도 있다.
변기 옆에 있는 낮은 세면대 같은 것은 얼굴을 씻는 곳이 아니고 수동으로(?) 이용하는 비데(...)라고 한다. 단 한 번도 이용해 본 적 없다. 아참 여긴 변기통 내부 디자인이 한국이랑 달라서 신기했다. 우리는 세숫대야처럼 둥근 형태라면 여기는 왜인지 모르겠지만 각져있다. 유럽인들이 다리가 길어서 그런가...? 무튼 엉덩이를 뒤까지 밀어 넣고 볼일을 보는 것을 추천.. 한다...
샤워실이 분리되어 있어서 물이 밖으로 튀지 않아 좋다.
부다페스트 힐튼 호텔의 어메니티는 내가 미국 살 때 좋아했던 크랩트리 앤 에블린(crabtree and evelyn)이다. 우리나라에서 크랩트리 쓰려면 직구해야 해서 많이 비싸지기 때문에 못 썼는데 여기서 다시 써보게 되다니 반가웠다.
여기는 복도를 지나오면 바로 마주하게 되는 거실이다.
적당히 넓고 가구 배치가 오밀조밀 되어있어서 가정집 같은 기분이 든다.
저 창문 너머로 국회의사당이 보이는데 소등을 해서 보이지 않는다.
거실 안쪽에는 테이블과 벽장이 있다.
테이블 위에 올려진 이 물은 무료다.
남편이 유럽 생수 마시다 물비린내/똥내를 알게 되어서 탄산수 매니아가 되었다고 했는데 내가 직접 마셔보니 막 그렇게 냄새가 심하지 않아서 괜찮았다. 하지만 남편이 말하는 그 물똥내가 무엇인지 알 수는 있었다.
벽장은 두 개가 있다. 짐 정리를 하기 전이라 텅텅 비었지만 나중에 우리 짐으로 가득 찼다.
호텔에서 벽장을 처음 써본 날이었기 때문에 기념사진을 찍지 않을 수가 없었다.
침실에는 아주 큰 침대가 중앙에 있었고 거실로 가는 문쪽에 벽장이 하나 더 있었다.
침대는 180cm가 넘는 거구의 남편과 70kg가 넘는 거구의(?) 내가 잠결에 좌우로 뒤척이고 굴러도 침대의 끝이 느껴지지 않는 그런 편안하고 거대한 침대였다.
침대가 너무 편안해서 이틀 내내 꿀잠 잤다.
침실은 거실과 문 하나로 분리되어 있다. 한국은 아직 더웠지만(9월) 유럽은 제법 쌀쌀했기 때문에 찬 바람 들지 않게 문을 꼭 닫고 잤다. 씻고 나오니 남편은 온열 안대를 하고 벌써 곯아떨어져 있었다.
첫날부터 정리하는 문제로 작게 투닥거렸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남편 말이 옳았다. 남편은 여행 내내 2인분의 몫을 하고 있었는데 남편 입장을 생각하지 못하고 나는 나의 입장만 주장했던 것 같다. 어쩌면 신혼여행 내내 싸우고 화해하고를 반복하며 서로를 이해하는 과정을 짧고 굵게 거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싸울 땐 힘들었지만 지나고 보니 꼭 필요했던 소중한 시간들이었다는 걸 깨닫는다.
첫날은 짐 정리만 하고 (싸우고) 씻고 자는 일만 해도 바빴다. 세계테마기행과 유튜브에서만 보던 헝가리 국회의사당이 바로 강 건너에 있다는 사실을 생각하며 금방 잠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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