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부터 이른 오후까지 부다페스트 시내 투어가 끝났다. (낮 투어는 아래의 포스팅 참고↓)
몇 시간 후 있을 해 질 녘부터 시작되는 야경투어를 위해 재정비 시간을 갖기로 했다.
프리마 마트(Príma - Budavár Élelmiszer üzlet)
Budapest, Tárnok u. 22, 1014 Hungary
부다 성 지구 어부의 요새 옆에 가까운 마트가 있어 바로 입장.
남편은 눈썰미가 좋은 건지 지도만 쓱 보고 바로 목적지로 향해 간다. 여길 어떻게 본거지? 하면서 졸졸 따라다니는 게 나의 일상. 편안하다.
여기가 입구. 낮은 계단 몇 칸을 올라가면 된다.
매장은 협소하지만 없는 게 없다.
과자부터 간단한 생필품까지 빼곡하게 진열되어 있었다.
맥주도 종류별로 다양하게 있다.
호기심 많은 남편이 검색을 몇 번 해보더니 헝가리 대표 맥주라는 드레허(Dreher)를 장바구니에 담았다.
그 외 필요한 물이나 과자 등 한국에는 없는 걸로 몇 가지 담았다.
젤리 뒤에 보이는 치토스는 땅콩맛인데 정말 맛이 없었다. 치토스는 역시 단짠단짠 해야 한다.
한 손 가득 든든하게 다시 숙소로 복귀했다. 호텔이 어부의 요새 옆에 있으니 너무 편했다.
힐튼 부다페스트(Hilton Budapest)
Budapest, Hess András tér 1-3, 1014 Hungary
방으로 들어오자마자 창문에 들러붙어 힐튼 부다페스트에서만 볼 수 있는 뷰를 감상했다.
아름다운 어부의 요새와 도나우(다뉴브) 강이 한눈에 들어온다.
처음 온 날 밤에는 몰랐는데 낮에 보니 어부의 요새에 관광객들이 많이 왔다 갔다 했다. 쉴 새 없이 움직이는 관광객들을 구경하는 것도 힐튼 부다페스트에서의 재미 중 한 요소가 아닌가 싶다.
이건 침실에서 볼 수 있는 뷰다.
창문이 나 있는 곳 어디든 아름답다.
이렇게 아름다운 것들을 볼 때면 가족들이 생각난다. 나중에 부모님을 모실 고 부다페스트에 여행 올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아름다운 풍경을 한참 구경하다 창틀에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놓고 사진이 찍고 싶어 졌다.
왼쪽부터 조말론 향수, 입생로랑 스킨케어 제품 그리고 한국에서부터 큰 설렘을 안고 데려고 안나수이 돌리걸 향수.
이 향수에 대해선 정말 할 말이 많다.
짧게 요약하자면 고등학생 때 사정이 있어 자취를 하게 되었는데, 엄마가 잠실 롯데백화점에 날 데려가 혼자 사는 티 내지 말라고 사준 향수가 바로 이 안나수이 향수였다. 안나수이(ANNASUI) 돌리걸 시리즈 중 하나인 봉주르 라무르(Bonjour L'Amour)
내가 고른 거지만 하필 이게 한정판이어서 다 쓴 후에는 살 수 없었다.
내 인생 첫 향수이기도 하고 또 엄마가 사준 거라 특별한 의미가 있는 향수였어서 아쉬워하는 중에 미국 유학 중 만났던 친구가 아마존에 하나 남아있는걸 원화로 10만 원 넘게 주고 사서 내게 선물해 줬다.
언젠가 내 인생에 큰 변화가 생기게 된다면 엄마가 내게 줬던 응원과 무한한 사랑을 떠올리며 용기를 얻기 위해 쓰려고 거의 10년 동안 뜯지 않은 채로 모셔놨었는데... 이걸 신혼여행지에서 드디어 뜯어보다니...!
오랜만에 맡아본 봉주르 라무르의 향기는 어린 시절 내가 추억했던 그 향과 똑같았다. 순진하고 무식한 고등학생이었던 내가 이렇게 커서 결혼이라는 것을 하게 되었다니 감회가 새로워 눈물이 핑 돌뻔했다.
하지만 울 시간이 없다.
여긴 부다페스트... 심지어 힐튼 호텔이었기 때문에 야간투어 하러 나가기 전에 숙소뷰 사진을 왕창 찍어야 했다.
극한 일정에 지친 남편이 침실에서 쉬는 동안 나는 삼각대를 세워놓고 셀카를 찍었다.
옷도 갈아입고 야무지게 셀카를 500장 정도 찍고 있는데 남편이 다 쉬었는지 어슬렁어슬렁 나와서 사진을 찍어줬다.
남편 최고야★
앞으로 10년은 넘게 낄 웨딩밴드도 다뉴브강을 배경으로 한 장 찍어주고 야간투어 전 배를 든든히 채우기 위해 시내로 나갈 준비를 했다.
이때 내가 하도 사진을 많이 찍으니까 남편이 조금 질려했는데 나는 눈치를 보면서도 셔터를 멈추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편은 참고 참는다. 우리 남편 인내심 최고얏 히히♥
이 뷰를 놔두고 밖으로 나가기 아쉽지만... 뭐 어쩔 수 있나 부다페스트는 야경이 최고라는데 나가봐야지.
조금 이따 봐.... 꼭 일찍 돌아올게 60만 원짜리 숙소야...★
버스정류장으로 뚜벅뚜벅 걸어간다.
시내로 가는 버스정류장도 호텔에서 5분이 채 떨어지지 않은 바로 근처다. 힐튼 호텔 동선이 아주 좋군.
버스정류장 맞은편의 티켓 키오스크에서 버스 티켓을 구매할 수 있다.
우리는 내일 떠나기 때문에 버스나 지하철을 10번 이용할 수 있는 상품으로 구매했다.
버스정류장에서 기다리다 탑승.
주변에 택시도 많고 우버나 볼트도 진짜 많았다.
심지어 마차시 성당 주변에 공사도 하고 있어서 수많은 차들과 인파가 섞여 상당히 어수선했다.
평소였으면 신경 쓰여서 예민해졌겠지만 여행 때는 이 모든 것들이 즐거워지는 마법이 일어난다★
버스 타자마자 발견한 멍멍이.
남편의 개이더(개를 발견하는 레이더)는 해외에서도 쉬지 않고 풀가동 중이다.
다행이게도 자리가 하나 있어서 난 앉아서 편안하게 시내까지 갔다. 남편은 평발이라 발이 많이 아팠을 텐데 자리가 비면 꼭 나보고 앉으라고 한다. 난 이때 살이 꽤 빠져서 발도 많이 아프지 않아서 괜찮았는데... 우리가 이때 많이 투닥거리긴 했지만 그래도 사랑을 잃지 않았었나 보다♥
버스에서 내린 후 인도가 넓은 골목으로 진입했다.
그냥 사람들이 사는 동네일 뿐인데도 동유럽 감성 넘치는 건물들 때문에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다.
열심히 사진 찍음...ㅎㅎ
골목골목이 새롭고 아름답다.
특히 테라스가 있는 식당들이 예쁘게 보였다.
이것이 바로 동유럽 감성인가 보다.
하지만....
보기에는 정말 예쁜데 어떤 골목들은 노상방뇨로 인한 지린내와 쾌쾌한 냄새가 많이 났다.
전반적으로 약간... 그... 형용할 수 없는 꾸룽내가 난다.
남편 말로는 화장실이 유료라 몇몇 남정네들이 노상방뇨를 거리낌 없이 한다고 한다. 하지만 남편이 몇 년 전에 일할 때는 이렇게까지 심하진 않았었다고 했다. 도대체 코로나 기간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골목을 지나 관광객들이 많은 시내로 나왔다.
다양한 쇼핑몰이 진짜 많았다. 뭔가 부산의 남포동 느낌?
왼쪽에 있는 사진은 부다페스트아이(Budapest Eye)라는 관람차인데 다음 날에 타러 간다.
바치 거리(Váci Street)
Váci u, Hungary
알고 보니 쇼핑몰들이 밀접한 이 거리는 부다페스트 쇼핑가로 유명한 바치거리(Váci u)였다.
연애할 때 남편이 이 거리를 많이 다녔다고 위성지도를 보여주며 얘기했었던 게 떠올랐다. 노트북 너머로 보는 것과 내 눈으로 직접 보는 것은 정말 다르구나... 남편이 보여줬던 그 거리에 내가 서있다는 게 신기했다.
나는 맹세코 여행에 큰 흥미가 없던 사람이라 말할 수 있는데 2023년도는 여행의 재미를 30여 년 만에 깨달아버린 엄청난 해였다.
바치거리를 걸으며 또 깨달았다. 왜 사람들이 여행을 가는지 알 것 같았다. 책이나 인터넷으로 경험하는 것과 내가 직접 그 세계를 경험해 보는 것은 차원이 다른 일이었다.
KFC 부다페스트 바치 우트카(Budapest Váci utca)
Budapest, Váci u 27, 1052 Hungary
남편이 동유럽 KFC가 그렇게 맛있다고 해서 바치거리에 있는 KFC로 갔다.
건물 외관이 너무 예쁘다. 동유럽은 KFC도 힙하군.
하지만 실내는 한국이랑 비슷하다.
이 동네 패스트푸드 프랜차이즈에도 키오스크가 거의 다 있어서 음식을 시킬 때 직원을 직접 대면하지 않아도 되고 뒷사람 걱정 없이 여유롭게 메뉴를 고를 수 있다.
먹잘알 남편이 재량껏 시켰는데 채소가 하나도 없는 식단이 완성되었다.
소스는 내가 골라봤는데 갈릭이랑 칠리는 어딜 가든 믿고 먹는 소스인 듯 다 맛있었다. 근데 한국과는 아주 작은 차이로 묘... 하게 다른 그런 맛이 난다.
치킨은 정말 맛있었다. 닭도 아주 통통하고 훌륭했다. 어째서 KFC에서 황금올리브 맛이 나는 거냐며 맛있다고 절반 이상은 내가 다 먹었다. 이것이 바로 켄터키 후라이드 치킨이구나...!
그리고 콜라는 제로콜라를 시켰는데 역시 소스처럼 한국과는 묘...하게 다른 맛이 났다. 하지만 마시다 보면 금방 익숙해져서 한국 맛이랑 다른 것도 잘 못 느끼게 된다. 바로 동유럽 입맛 패치 완료.
바치거리에 있는 KFC는 2층도 있어서 창가에서 시내를 구경하며 먹기 좋았다.
남녀노소 할 거 없이 골목골목에서 흡연을 하는데 어떤 예쁜 아가씨는 내가 햄버거를 먹는 내내 줄담배를 폈다. 이때는 동유럽에서 처음 보내는 하루라 길거리 어디서든 담배 피우는 사람들의 모습이 낯설고 신기했지만 마지막 날쯤에는 길에서 담배냄새조차 안 느껴졌다. 역시 인간은 적응하는 동물이라 했던가요...
배부르게 식사를 마치고 바치거리과 편의점 구경을 하며 집결지로 향했다.
편의점에서 마실걸 샀는데 캐셔가 우리가 산 물이 탄산수라고 팡팡 터지는 손짓을 하며 말해줬다.
우리는 탄산수 마니아이기 때문에 알고 산거라 안다고 했더니 웃으면서 계산해 줬는데 남편말로는 관광객들이 탄산수와 생수를 잘 구분 못해서 미리 알려주는 거라고 했다.
생수가 마시고 싶을 땐 Still Water
약한 탄산수가 마시고 싶을 땐 Mild, 강한 탄산수가 마시고 싶을 땐 Prickelnd라고 적힌 걸 사면된다.
뭔지 모르겠고 탄산은 무조건 싫다! 하면 Still 만 찾으면 된다.
음료를 사들고 집결지에 도착했는데 우리 주변으로 한국인들이 몇몇 보이기 시작했다.
우리와 함께 야간투어를 함께 할 파티원들이라는 생각에 아는 척을 하고 싶었지만 상대방이 불편할 수 있으니 자중했다.
내 MBTI는 I가 아닐지도...
곧이어 낮에 봤던 가이드 선생님이 메르세데스 벤츠 승합차와 함께 나타나셨다. 내 인생 첫 벤츠 시승을 부다페스트에서...!
낮에 봤던 오페라하우스를 지나
아침 투어 집결지였던 회쇠크 광장에 도착.
낮 투어 들었던 사람들은 안 들어도 된다고 해서 남편과 사진 찍고 놀았다.
내 뒤로 노을이 예쁘게 지고 있다.
노을빛 옷을 입은 부다페스트는 더욱 아름다웠다.
어디론가 어슬렁어슬렁 걸어가던 남편의 뒤를 밟았다.
뭘 보고 있나 했더니 저 말이 너무 슬퍼 보이지 않아? 랜다.
동물을 좋아하는 남편... 동상을 볼 때도 동물부터 살피다니. 돈 많이 벌어서 남편 수의대 보내야겠다.
영웅 광장 투어가 끝나고 다시 투어차량에 탑승.
이제 해가 완전히 저물어 건물 곳곳에 조명이 켜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부다페스트 야경투어가 시작됐다.
Citadel Lookout(Citadella Kilátó)
Budapest, Citadella stny., 1118 Hungary
부다페스트 야경명소 중 하나인 Citadel Lookout에 도착했다. 겔레르트 언덕에 있는 석양 명소라고 한다.
이곳은 어부의 요새, 국회의사당, 세체니다리, 부다페스트아이 등 헝가리 부다페스트의 유명한 관광지들을 한눈에 볼 수 있는 명소였다.
해가 떠있을 때도 물론 아름답겠지만 관광지에만 유난히 집중되어 있는 조명 때문에 낮에 저 명소들을 다녀와본 관광객들이라면 '아 내가 저기 갔었지!' 하며 새로운 감상에 젖을 수 있다. 관광객이라면 누구나 좋아할 만한 야경 포인트.
이건 내 디카로 찍었다.
남편 폰(아이폰 14pro)으로도 찍은 게 있는데 폰카는 디카와 비교했을 때 심도가 얕게 느껴지기 때문에 여행할 땐 꼭 디카를 들고 다닌다.
실제로 봤을 땐 주변이 이것보다 좀 더 밝게 보인다.
마이리얼트립을 통한 가이드 투어의 장점은 동행자와 같이 찍은 사진을 남길 수 있다는 것이다.
2인이 다니면 소매치기 때문에 삼각대를 놓기 꺼려지기 때문에 같이 사진 찍기가 어려운데 가이드 투어를 하면 가이드님이 찍어주시기 때문에 많은 추억을 남길 수 있어서 좋았다.
명소라 그런지 관광객들이 아주 많았다. 내 사진은 고요해 보이지만 사실은 도떼기시장처럼 시끌벅적하다.
우리가 떠나는 중에 20명 이상인 듯한 단체 관광객들이 이곳을 방문하고 있었다. 한국팀이었는데 넘 반가웠다.
어부의 요새(Halászbástya)
Budapest, Szentháromság tér, 1014 Hungary
야경 명소로 정말 정말 유명한 어부의 요새다.
이쪽으로는 처음 올라가 보는데 이렇게 봐도 너무 멋있네...
수많은 계단을 따라 올라오면
짜잔.
힐튼 호텔과 스타벅스 등장.
그리고 이 야경투어의 진짜 주인공 국회의사당도 등장.
올라오자마자 유명한 스팟에서 사진을 찍어주신다.
우리 사진도 찍고 파티원분들 사진 찍는 거 기다리면서 남편과 주변을 구경했다.
마차슈 성당 앞에서 그림자컷.
가이드 선생님이 영혼을 담아 찍어주신다.
가이드 선생님은 내 부모님의 고모부 정도 되는 연세였는데 열정과 에너지가 넘치는 분이었다. 대단하고 멋있다고 생각했다. 나도 꿈과 열정을 잃지 말아야지.
그리고 마지막으로 정말 정말 유명한 이곳(Batthyany ter H 역 앞)에서 사진을 찍고 야경투어가 마무리된다.
이 장소는 인스타그램에 릴스로 가는 법을 설명해 둔 게 있는데
위의 릴스 본문을 참고하면 된다.
투어가 종료되면 가이드님이 파티원들을 숙소까지 데려다준다.
가는 길에 말씀드리면 편의점도 들릴 수 있다.
알찬 하루를 마치고 다시 어부의 요새로 돌아와 숙소로 바삐 들어갔다.
들어오는 길에 가이드님이 부다페스트 국회의사당 조명이 11시에 꺼지는데 11시까지 기다렸다가 꼭 그 장면을 지켜보라고 말씀해 주셨다.
우리 부부는 말 잘 듣는 착한 어른이.
부랴부랴 목욕을 다 마치고 차 한잔 할까 하다가 낮에 사 온 맥주와 과자를 가져와 먹으며 11시가 되기를 기다렸다.
그리고 목격한 부다페스트 국회의사당 소등하는 장면.
[앤데이지 인스타그램에서 사진 더 보기↓]
매일 켜지고 꺼지는 조명이지만 관광객들에게는 기다려서 볼 만한 관광거리다. 조명이 꺼지고 15분도 안 돼서 잠들었지만 피곤함을 참으며, 남편과 대화 나누며 소등을 기다렸던 시간이 참 좋았다.
근데 기다리면서 먹은 치토스 땅콩 맛은 별로였음...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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