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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제일 예쁜 맥도날드라는 뉴가티역(Nyugati pu) 맥도날드에서 빅맥과 감튀를 든든하게 먹고 열차 탑승 시간에 맞춰 승강장으로 이동했다.
오늘은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의 일정을 마무리하고 야간열차를 이용해 체코 프라하로 넘어가는 날이었다.
동유럽 여행을 다녀온 친구가 야간열차 굉장히 좁다고 마음을 단단히 먹어야 한다고 해서 긴장했지만 반쯤은 유튜브나 TV에서 보던 걸 나도 해본다는 설렘도 있었다.
아무리 피곤하고 짜증이 나도 최대한 본인이 짐을 더 많이 들려는 젠틀맨 남푠...♥
우리가 탑승한 364번 칸.
한국인 사이에서 유명한 승무원이 안내해 줬다.
유튜브나 블로그에서 보던 그 승무원이 내 눈앞에 있으니 연예인 보는 것 같고 신기하고 반가웠다.
우리가 머문 6번 칸.
3인실을 이용했던 친구가 매우 좁을 거라고 해서 지레 겁먹었지만 2인실이라 그런지 그리 좁게 느껴지지 않았다.
하지만 침대에 똑바로 앉아있을 수 없고 객실 내에선 성인 두 사람이 서있는 데엔 매우 좁다는 것...! 살을 좀 더 빼고 올 걸 그랬다^^
입실하면 봉투 하나를 주는데 이런저런 팸플릿이 들어있다. 야간열차에 대한 내용도 있고 아침식사에 대한 설명서도 있었다.
아침식사는 입실할 때 승무원이 조식으로 Sweet이나 Salty 중 뭘 먹을 건지 물어보고 음료는 커피랑 차 중에 어떤 거 마실 건지 물어본다.
Sweet과 Salty의 차이점은 빵에 발라먹을 잼의 종류가 달라지는 건데 Sweet은 달달한 과일잼 같은 게 나오고 Salty는 햄스프레드나 버터 같은 게 나온다. 커피와 차는 따뜻한 것만 나오는데 대부분의 여행객들이 커피를 마시는 듯. 이 나이쯤 되어 스케일이 큰 여행을 하려니 커피 없이는 하루하루 못 산다. 커피야 사랑해★
2층 침대는 남편이 사용하기로 했다.
문 오른쪽에 배치된 사다리를 기울여서 2층으로 올라가야 했는데, 거구의 남편이 사다리에서 미끄러지거나 떨어지기라도 하면 어쩌나 싶어 내가 2층 침대를 사용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남편이 계속 고집을 부리는 바람에 2층을 양보함.
이유를 들어보니 내가 방귀를 많이 뀌어서 그런 거라고 하는데 완전 어이가 없었다. 자기는 방귀 안 뀌나, 흥.
옷걸이에 옷을 걸고 짐 정리도 하고 잠옷으로 환복 했다.
이 과정 중에 남편이 정로환이 든 약봉지를 꺼내버려서 객실 안에 정로환 냄새로 가득 찼는데 너무 승질이 나서 짜증을 냈다. 남편 미안해... 하지만 정로환 냄새는 내겐 너무 지독하다구ㅠㅠ.
아참, 야간열차 안에는 샤워실도 있는데 우리 부부는 이용하지 않았다. 내리기 전에 잠시 구경하러 다녀왔는데 제법 깔끔했다.
프라하로 가는 동안 마실 물과 주전부리를 세면대가 딸린 수납장에 잘 넣어뒀다. 든든하군.
잠들기 전에 출출해서 남편픽 과자를 하나 까먹었다. 고소하고 맛있었다.
하루에 1,000 보도 잘 안 걷는 나의 다리가 힘들어할까 봐 거의 매일매일 압박밴드를 신고 잠들었다.
동생이 추천한 센시안 나이트케어 압박밴드인데 통통다리인 내 다리도 잘 들어가고 착용감이 매우 좋았다. 국민 여행 아이템 휴족시간도 필수.
야간열차가 출발했다.
야간열차 침대에 누워있는 느낌을 설명하라면... 날 것 그대로의 느낌...?
울퉁불퉁한 철길이 다 느껴지는데 워낙 피곤해서 그런지 그 덜컹거림이 마치 요람을 흔들어주는 느낌과 비슷해서 완전 꿀잠을 잤다. 보름간의 유럽 여행 중 가장 잠을 잘 잔 날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리고 야간열차는 계속 달리는 게 아니라 중간에 몇 시간 정도 아예 열차가 멈추는 시간이 있다고 한다. 나는 잠들어서 그 사실을 몰랐는데 남편이 중간에 열차가 멈췄을 땐 제법 조용했다고 한다.
한숨 푹 자고 일어나니 날이 밝았다.
조식을 먹을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는 뜻이다. 두근두근.
푹 잘 자고 일어나서 어안이 벙벙하기도 했다. 기차에서 이렇게 꿀잠을 잘 수 있나...? 피로가 싹 풀리고 평화가 찾아온 느낌이었다.
커피와 아침식사를 맞이하기 위해 식탁을 미리 설치했다.
파워 J인 남편은 무엇이든 미리미리 하는 스타일... 함께 여행하는 나는 편하고 좋았지만 파워 P인 나를 보는 남편의 속은 아마 말도 아니었을 것이다. 그래서 많이 싸웠지만^^;
책상이 꽤 무겁다.
남편 아니었으면 난 책상 설치하는 걸 포기하고 침대에서 먹었을 것 같다.
조식을 예쁘게 먹고 싶어서 급하게 화장하기.
흔들리는 초점에서 이때의 긴박한 상황을 느낄 수 있다.
드디어 조식이 도착했다.
남편은 Salty 나는 Sweet.
음료는 둘 다 핫커피...!
스위트&솔티 잼 다 꺼내놓고 남편이랑 나눠먹었다.
햄스프레드는 약간 스팸 냄새가 나기도 하고 비주얼적으로도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어 손도 안 댔는데 남편의 끈질긴 권유로 한 번 먹어봤다. 내가 생각한 것보다 괜찮은 맛이었지만... 손이 잘 안 갔다.
남편이 추천한 버터&꿀 조합.
이 조합이 최고였다.
빵은 말할 것도 없이 맛있었고(유럽 빵 최고야) 커피도 나쁘지 않았다. 스타벅스 아메리카노보다 맛있었음.
달리는 열차 안에서 체코 풍경 감상 중.
녹음이 푸르러 바뀌는 풍경마다 아름다웠다. 드넓은 들판이 나올 땐 제인오스틴의 소설 배경을 떠올리기도 하고 침엽수 사이로 햇살이 들어올 땐 선크림 안 바른 것도 신경 쓰지 않은 채 온 얼굴로 햇빛을 맞았다.
마치 꿈을 꾸는 듯했다.
프라하와 가까워질수록 도시의 풍경이 보이기 시작했다.
열차에 가만히 앉아있는 게 편해서 이대로 내리지 않고 계속 있고 싶었다.
하지만 다음 여행지로 이동해야하기 때문에 아쉬운 마음 가득 안고 하차 완료.
표현을 많이 하지 않는 남편이었지만 야간열차를 보내는 게 아쉬웠는지 이리저리 각도와 위치를 바꾸어가며 사진을 많이 찍었다. 아쉽냐고 굳이 말하진 않았지만 온전히 느껴졌다, 남편의 마음이. 오래 같이 붙어있어서 그런가. 앞으로 같이 살게 되면 얼마나 더 서로에 대해 많이 알게 될까.
결혼한 지 거의 1년에 다 되어가는 지금, 이 세상에서 나를 제일 잘 아는 사람은 내 남편이라는 것을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그 과정이 쉽진 않았지만 그동안 티격태격하며 쌓아 올린 신뢰와 사랑이 더욱 소중하게 느껴지는 요즘이다.
다음 편은 속 터지는 체코 프라하 버짓(Budget) 렌터카 후기를 올릴 예정이다.
많은 관심 부탁드리며... 다음 포스팅에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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