펫서울2019을 관람하고 친구를 기다리는 동안 10년 동안 아주 많이 바뀌어온 코엑스를 찬찬히 살펴보고 싶었다.
나의 펫서울 관람기가 궁금하신 분들을 위해 글 맨 아래에 펫서울2019 관람기 링크를 걸어두겠다. 일단 사무동(?)에서 쇼핑몰들이 가득한 지하 1층으로 내려가 보도록 하겠다.
귀엽고 사악하게 생긴 핑크 고양이가 스타필드에 입성하는 나를 반겨주고 있다. 이렇게 큰 조형물들이 조그만 사람들 사이에 섞여 있는 거 보는 게 재미있다. 신선하고.
아주 짧은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오니 '오구'라고 하는 귀여운 캐릭터가 두 팔 벌려 나를 환영해주고 있다. 오리같이 생겼다. 오리겠지, 아마.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일단 배를 채우고 돌아다녀 보고자 하여 현대백화점 푸드코트로 향했다. 아... 길을 못 찾아서 현대백화점 가는 길에 별마당 도서관 7번은 지나간 거 같다.. 마성의 별마당 도서관...
라운드어바웃
여기까지 왔는데 아무거나 먹기 싫어서 카레를 반반씩 먹어볼 수 있는 반반카레를 선택했다. 배가 많이 고파서 반반카레에 가라아게를 추가했던 것 같다. 여기 인기가 많아서 자리가 쉽게 나지 않았다. 메뉴판을 읽어보면 일본의 어떤 할머니 레시피로 만들었다고 하는데 상차림이 깔끔하고 정갈한 게 참 보기 좋았다. 한 접시에 두 가지 맛의 카레를 먹을 수 있어서 좋았고 무엇보다 가라아게가 아주 촉촉하고 바삭한 것이 입천장 까져도 개의치 않을 정도로 맛있었다.
오랜만에 혼밥하면서 유튜브를 봤다. 힐-링. 든든하게 먹었으니 이제 본격적으로 코엑스 쇼핑몰 구경을 해보도록 하자. 코엑스에서 친구와 만나기로 했는데 친구녀석이 늦게 나와서 30분 이상 시간이 허공에 떠버렸을 때 시간떼우기 좋은 매장들을 여러 개 엄선해보았다.
코엑스 JAJU(자주)
자주는 신세계 계열의 한국 브랜드다. 깔끔하고 기본적인 아이템이 많아서 내가 좋아하는 몰이기도 하다.
가격대가 들쑥날쑥한 기분이 든다. 비싼 거도 있고 저렴한 거도 있는데 제품들이 퀄리티가 있는 태가 나서 그리 비싸다 느껴지지도 않는다.
약간 톤 다운된 색깔들 느낌이 좋다. 색깔을 진짜 잘 뽑은 거 같다. 약간 요즘 갬성을 잘 표현했다고 해야 하나. 정신없이 제품 구경한다고 사진을 많이 못 찍었는데 기본적인 아이템에 색깔 이쁘게 입혀놓은 게 진짜 많다. 요즘 젊은이 갬성 넘나 잘 구현한 자주. 여기서 제품 하나씩 구경하다 보면 20분 그냥 간다.
에이랜드(ALAND)
이야... 에이랜드... 이거 우리 동네에 없다. 예전에(10년 전쯤ㅎ) 명동에서 처음으로 에이랜드라는 곳을 알게 되었는데 문화충격이었다. 힙의 끝판왕이었다. 건물 하나가 통째로 에이랜드였었던걸로 기억하는데 거기서 해골 모양 와펜이랑 클립 많이 샀다.
으아아앙. 딱 내가 좋아하는 색깔이다. 진한 올리브 사랑해... 최근에 가니까 이거 없던대ㅠㅠ 살 걸 그랬다 왜 안 샀을까ㅠ 난 나름 현명한 소비를 한다고 안산건데 지금 너무 후회한다. 살 수 있을 때 사야한다.
식판.. 내가 밥 먹는 양의 반밖에 담지 못하는 식판이지만 색깔이 예뻐서 찍어보았다. 집밥을 먹게 되면 사려고 했는데 집에 있어도 집밥이 뭐야.. 서브웨이 최고야...
이 가방 완전 내 스타일이다. 근데 예전에 이런 가방에 커피 쏟은 적 있어서 그 이후론 이런 가방 잘 못산다. 음료 쏟으니까 데미지가 크더라. 잘 지워지지도 않고. 하필이면 커피 쏟아서 얼룩이 아주 선명하다. 지워도 지워지지 않아...
어디 감성인지 모르겠다. 보고 있자니 뭔가 요상한 기분이 들어서 찍어보았다. 기분 안좋은데 친절해야할 때 짓는 나의 표정 같다. 에이랜드는 여성에 한해 시간 때우기 좋은 곳이다. 여기는 신기한 거 많아서 30분 소요 예상.
삐에로쑈핑
솔직히 삐에로쇼핑 보여주려고 이 포스트 썼다. 우리 동네에 삐에로쇼핑 없어서 이런 게 있는 줄도 몰랐는데 이날 여기 들어가 보고 너무 재밌어서 자리 깔고 1박 할뻔했다. 여기가 뭐하는 덴 줄 몰랐는데 한마디로 요지경 만물상이다. 오만 게 오억오조개 있다.
귀여운 미니어처 술도 팔고.
귀여운 미니 잼도 판다. 이거 너무 귀여워서 손에서 놓을 수가 없었다. 잼 그렇게 좋아하는 편이 아니라 안 먹을 거 같아서 사지는 않았지만 손에 쥐고 있을 때 잼이 너무 귀여워서 사진을 찍지 않을 수가 없었다. 여기 이거 말고도 화장품부터 시작해서 속옷에 생활용품에 아주 그냥 없는 게 없다. 넓고 물건들이 꽉 차있어서 현기증도 났다. 수입 과자도 많았다. 살 빼고 의미 있는 먹부림 하고 싶을 때 여기 와서 신기한 과자들 다 먹어볼 테다. 삐에로쑈핑에서 거의 30분 있었다. 곧 친구를 만나러 가야 해서 삐에로쑈핑 이후로는 급하게 대충 돌아다녔다.
버터(Butter)
버터ㅠㅠ 내사랑 버터.. 여기는 약간 고급진 아트박스 느낌이다. 컨셉확실한 버터. 사랑해. 충분히 구경했으니 이제 미로 같은 코엑스에서 탈출해보도록 하자.
아 여기.. 니뽕내뽕.. 이 집이 진짜 맛있는데 우리 동네에 있던 게 사라져서 넘나 그리워했다. 혼자 가기 좀 민망한 곳이라 다음에 친구 데리고 와야겠다. 기다려. 넌 없어지지마... 코엑스 니뽕내뽕 사라지지 않게 해주세요...
코엑스 현대백화점 더앨리
아참 여기 매장사진은 없다. 급하게 사 먹었다. 설레서. 처음으로 먹는 더앨리였다. 이제는 우리 동네에도 이게 생겼는데 이때까지는 없었단 말이지. 정말 달고 맛있었다. 패키지가 넘 고급졍.
코엑스 벤스쿠키스(Ben's Cookies)
아 벤스쿠키.. 이거도 한통 사오고 싶었는데 배가 부르기도 했고 10kg을 빼기 전까진 벤스쿠키를 입에 대지도 않기로 했기 때문에 포기했다. 이거도 우리 동네에 없다. 아.. 살 빨리 빼고 코엑스 다시 갈테야... 여기 쿠키 진짜 존마탱인데 모르는 사람이 많아서 너무 마음이 아프다. 사람들 많이 검색해서 먹어보라고 제목으로 달아야지.
잠실로
코엑스는 나에게 추억이 많은 곳이다. 고등학생 때 친구와 허구한 날 코엑스 맥도날드에 앉아 감자튀김 먹으며 두세 시간 수다를 떨었고, 동생이 아주 우울했던 날 둘이 꼭 붙어서 '은밀하게 위대하게'라는 영화를 메가박스에서 봤다. 동생이 외국에서 돌아오던 날 첫 남자친구와 동생에게 줄 목걸이 선물도 코엑스에서 샀고, 친하게 지내던 언니가 코엑스에서 아르바이트할 때 썸남(?)과 함께 언니를 보러 가기도 했다. 내가 고딩 때 첫 아이스아메리카노를 사 먹은 곳도 코엑스 파스쿠찌였고, 우울할 때마다 와서 기분전환 겸 윈도쇼핑을 하던 곳이기도 했다.
참 많이 변했다. 오랜 세월을 겪는다는 것은 이런 그리움의 연속인 걸까.
무엇이든 그리워하며 살기는 싫은데 나이가 들면 들수록 옛날이 그리워지는 날들이 잦아진다.
아쉬운 감상은 여기까지 하고 친구가 기다리고 있는 잠실로 가보도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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