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엔 정말이지 매우 바쁘다. 고양이에 대한 첫 번째 포스트에 이어 한 달 만에 두 번째 포스트다. 시간 참 빨리 간다.
2020/06/05 - [일상] - 나의 일상이 된 길고양이
고양이 한마리를 사무실에서 키우게 되었는데 이거 참 꽤 해야 할 일이 많다. 한 생명을 키운다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었다. 고양이나 강아지를 좋아하지만 키우고 싶다는 생각은 안 했는데 어쩌다 보니 집사가 되어있었다. 고양이를 키우는 이야기는 다음 포스트에서 하기로 하고, 내가 고양이를 키우기 전에 길거리에서 만났던 짧은 인연들을 포스트로 남겨보고자 오랜만에 진지하게 타자를 두드린다.
경주에서 만났던 고양이 두마리다. 아직 다 크기 전이라 조그맣다. 이 때는 내가 어린 고양이랑 성묘의 차이를 구분하지 못할 때였다. 지금은 몸 크기나 얼굴 생김새로 성묘인지 청소년 고양이인지 파악이 가능하다.
이 고양이는 주택가에서 발견했는데 임신 중인것 같았다. 고양이는 임신하면 사람에게 애교가 많아진다고 하는데 정말인 것 같다. 내 짝꿍은 이때까지만 해도 고양이를 그렇게 좋아하지 않았다. 지금은 아주 좋아 죽는다. 물론 그래도 내가 1순위 고양이가 2순위. ㅎ
이 단짝친구 두 마리도 주택가에서 발견했다. 이놈들은 임신은 아닌 것 같은데 사람을 잘 따라다닌다. 치즈 고양이는 아직도 종종 보인다.
난 항상 가방에 츄르 넣고 다닌다. 이럴 때를 대비해서.
이 녀석은 경계심이 많아서 츄르를 못줬다. 져키라도 들고 왔었어야 했는데. 요즘엔 져키를 들고 다닌다. 던져주면 잘 먹는다. 솔직히 사람에게 다가오는 것보다 경계심 있는 아이들이 더 고양이답기도 하고 안심이 되기도 한다. 요즘 세상에 힘없는 동물들 학대하는 강약약강의 비열한 인간들이 많기 때문이다.
공단 근처 주택가에서 낮잠을 취하고 있는 고양이다. 편하게 주무시고 계셔서 가까이 안다가갔다. 자는 모습만 봐도 힐링된다. 도대체 뭘까 고양이란... 가만히 숨 쉬는 모습만 봐도 행복해지는 존재라니.. 천사인가.
저녁에 만난 얼굴이 큰 대장고양이. 다른 고양이들이 옆에 잘 안 다가오더라. 고양이들은 얼굴 크면 대빵이라던데 이 친구가 아마 대빵인 듯. 요즘엔 안 보인다.
정말 쉽게 볼 수 없는 마스크를 가지고 있는 고양이다. 이 날 이후로 본 적 없다.
오랜만에 코빵이 츄르 먹방. 바닥에 담배꽁초가 많다. 공단에는 담배피우는 사람이 많다. 담배 피는 건 내 알 바가 아닌데 담배꽁초는 땅바닥에 버리지 말고 너희들 회사에 가서 버려라 좀.
땅바닥에 굴러다니는 흉한 담배꽁초를 차마 쳐다보지 못하고 눈을 질끈 감은 코빵이의 모습이다. 담배 꽁초 좀 들고 가서 버려라.
엉???
보기 힘든 코빵이의 재미있는 모습이다.
윙크. >_-
귀여운 뒤통수.
가끔 고양이들의 진지한 얼굴을 볼 때면 무슨 생각을 하는지 궁금해진다. 멋있고 예쁘고 귀엽고. 고양이는 완벽하다.
근엄한 코빵이. 왼쪽에 난 한가닥의 수염이 인상 깊다. 뭐지 저 체제를 거부한 색깔은.
코빵이는 혀가 코에 닿는다. 신기방기.
짝꿍이는 고양이들만 보면 검지 손가락을 쫙 펴서 얼굴 앞에 갖다 댄다. 삿대질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저건 고양이와 '코인사'를 하는 것이다. '고양이를 부탁해'라는 프로그램에서 배운 고양이 인사법이다. 대부분의 길고양이들은 안 해준다. ㅋ
앗. 이 친구의 이름은 까망베르다. 그냥 내가 지어줬다. 만약 집고양이였다면 이름이 까망베르였을 것 같다.
코빵이와 친한 사이는 아닌 것 같다. 까망베르가 다가오자 코빵이가 내 등 뒤로 숨었다.
코빵이는 암컷인데 잘생겼다.
※때린 거 아님※
개인 사정으로 병원에 2주 정도 있어야했는데(코로나 아님) 다시 돌아왔을 때엔 코빵이가 2주정도 보이지 않았었다. 근 한 달 동안 편의점 가다가 우연히 코빵이를 닮은 뒷모습을 보고 좇아 왔더니 코빵이었다.
길고양이에게 크게 정을 주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어차피 내가 키울 수 없다면 애초부터 적당한 마음의 거리를 두고 있어야 한다. 얼굴은 알지만 굳이 연락해서 만나지 않는 이웃집 사람들처럼 그렇게 지내려고 노력했다. 그런데 코빵이는 자꾸 마음이 가고 생각이 나고 데리고 올까 심각하게 고민하게 됐다.
나는 감성보다 이성이 앞서는 사람이라 무턱대고 데리고 와버리는 일은 없었다. 이때 코빵이를 데려간다면 나는 코빵이 배에 있는 아기 고양이들도 책임을 져야 했다. 나에겐 그런 돈과 시간이 없었다. 한번 데려온다면 내가 얘들 사는 동안은 책임을 져야 하는데 그럴 자신이 없었다. 애초부터 나는 나 이외의 다른 생물체를 키우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 적 없다. 내 집, 내 차 마련의 꿈을 이루기 전까지는 모든 것이 사치라고 생각했다.
그래도 코빵이는 너무 귀여웠다. 자꾸 마음이 가고 생각이 나고. 이래서 어른들이 동물한테 정 붙이지 마라고 했구나, 이해하게 되고. 다행이게도 여긴 돌봐주는 캣맘들이 여럿 있기 때문에 근처 코너마다 사료와 물이 있다. 얘들은 여기서 태어났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거라고, 자꾸만 미안해지는 마음을 애써 무시하며 내가 미안하지 않아도 되는 문제라고 이성으로 위안 삼았다.
이때까지만 해도 정말 내가 고양이를 키우게 될 거라고 생각도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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